에반게리온 큐 보고 왔습니다.
이하는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감상.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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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파 이후 3년만에 공개된 에반게리온 큐는 에반게리온 파보다 더 예상을 깨는 내용이었다.
에반게리온 서에서 기존 TV 시리즈의 전반부를 요약해서 보여줬다면, 에반게리온 파는 TV시리즈, 구 극장판과는 다른 캐릭터의 성격과 이로 발생한 사건 진행을 보여줬다.
에반게리온 파에서는 우리 신지가 달라졌어요-급이었다. 애가 자기 주장도 하고, 막판엔 이끌려다니지도 않고, 하고 싶은대로 했다.
그리고 에반게리온 큐에서는 망했다.
애가 마음가는대로 했더니 세상이 멸망 직전이다.
잠시 정신을 잃고 깨어났는데 14년이 지났다고 한다. 친구 여동생은 누나가 되어 있었고, 친절했던 상관은 냉정하게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뭔가 알 수 없다. 모두 신지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내고, 보험이자 죄의 대가라며 목걸이를 채운다. 이 목걸이로 언제든 너를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이 상태에서 신지에게 사정을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다. 그냥 너를 가두어둘테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라-라는 말 밖에 하지 않는다. 이러니 14살짜리 어린 남자애는 불안해하지. 주변 사람들은 다들 싸늘하게 쳐다보고 방치한다. 너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마-라는 말만 하고 아무 설명도 없다. 신지가 모처럼 나 이거이거 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하는데 안들어.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한다. 그래서 신지는 자신을 부르는 아야나미 레이 목소리에 바로 따라갔다.
근데 따라간 곳에서도 설명을 안해줘.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는 첫 만남 때와 마찬가지로, 에바를 타래. 에바 타서 인생 망한 아들한테 사전 설명도 없이 에바를 또 타라고 한다. 그리고 구하고 싶었던 여자애는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하고. 이러니 신지 멘탈이 무너지기 시작하지.
낯선 곳. 친한 사람도 없고, 아야나미 레이는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하는 상황에 수상쩍은 소년이 다가와서 나랑 같이 놀지 않으련-이라고 꼬신다. 신지에게는 그나마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이라 나름대로 의지하는 마음도 가지지 않았을까. 신지는 그냥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14살 애인데 말이다.
근데 신지와 카오루가 친해지는 장면이... 보는 사람 굉장히 부끄럽게 하는 연출이라 민망했다. 둘이 친해지는 건 좋은데 그 과정이 너무 노골적으로 노린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들었다. 거기에 피아노 처음 치는 신지가 금세 카오루 따라 잡는 것도 어색하고.
아무튼.
신지는 자신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사정 설명도 해주는 카오루에게 마음을 연다. 신지는 자신과 함께 에반게리온 제 13호기를 타고, 두 개의 창을 뽑으면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고 한 카오루의 말에 희망을 갖게 되었다. 카오루는 여기까진 친절했지. 말도 잘해주고. 근데 에반게리온 13호기 타고나선 애가 바보가 됐어. 신지는 저 창만 뽑으면 이제 욕먹지 않겠지? 다 되돌릴 수 있겠지? 하면서 신나게 가고 있는데 그 옆에서 카오루는 이게 뭔가 잘못된 것 같아-중얼중얼하고 혼잣말만 한다. 여기선 또 신지에게 설명을 안하고 그만두라고만 말했다.
그리고 또 망했슴다.
에반게리온 큐의 주제는 무엇일까 생각을 해봤다.
의사 소통의 부재가 불러온 세계 멸망과 주인공의 멘탈 붕괴?
14세 소년의 정신은 유리처럼 섬세하니까 설명을 잘해주자?
제일 먼저 생각한 건... 아이에겐 사랑과 관심과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의 경우고. 신지는 그냥 정신을 잃고 깨어난 상태인건데. 아무도 설명을 안하고 그냥 무시한다.
이러니 신지가 화가 나는거지.
그래서 신지는 또 정신줄을 놓았다.
전체적인 감상.
에반게리온 파와는 달리 모든 사건 전개가 신지를 괴롭히려는 목적에만 치중하고 있다.
그래서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다. 갑자기 바보가 된 카오루라던가, 제대로 설명도 안하고 냉대하는 미사토라던가.
신지가 초호기와 함께 자고 있던 14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신지한테도 설명을 안해주고, 관객한테도 설명을 안한다.
서드 임펙트가 일어나서 세상이 망했어요-라고만 하는데 뷜레는 공중 부양하는 전함도 만들었다? 어설픈 민간인도 많고, 물자도 부족하지만 공중 부양하는 전함 만들 돈은 어디서 났을까.
네르프엔 4명만 남았는데(겐도, 후유츠키, 레이, 카오루) 어떻게 유지 되고 있는걸까.
그리고 겐도의 계획은 뭘까. 죄다 계획대로-라고 썩소를 지으면서 온갖 떡밥은 깔아뒀는데 나중에 어찌 수습하려고 하는걸까.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원래 난해하다고 넘어가기엔 껄끄럽다. 나중에 찾아보니 에반게리온 파에서 보여줬던 예고편은 하나도 안나왔다.
적어도 에반게리온 서나 파에서는 나름대로 개연성도 있고, 캐릭터들도 살아있었다.
그렇지만 에반게리온 큐에서는 캐릭터들은 사건에 끌려가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렇게, 저렇게 해야 되니까 행동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뷜레의 공중 전함 분더.
못생겼다. 기괴하게 생겼는데 그게 꼭 뭐랄까. 사람과 익룡의 합체한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임펙트 있는 전투가 분더에게 몰렸는데. 난 에바가 싸우는 걸 보고 싶은건데 그게 안됨.
분더가 혼자 열심히 싸움. 미사토 함장과 오퍼레이터들이 열심히 싸우는데 임펙트가 없다.
다음 편에서 어떤 방식으로 떡밥을 회수하고, 어떤 에반게리온이 등장할지는 기대가 되긴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